필자가 그래도 어느 정도 클럽피팅과 골프클럽 조립 등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있다고 착각(?)하고 있을 때, 미국의 어떤 클럽피팅 관련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투어선수와 World Top 100 Club Fitter들이 참여한 프로그램에서 강사가 첫번째로 던진 질문이 '너 그립 갈 줄 알아?' 였습니다.
넌센스 질문이라 생각도 들고, 그립부터 강조하고 시작하나보다 싶기도 하고 순간 몇 가지 생각들이 스쳐갔지만 영어가 짧은지라 조용히 있었습니다. 성격 좋은 참가가들은 안다고 끄덕이며 손을 들었죠.
결국 질문의 요지는 그립 사이즈였습니다. 그립은 아무리 멋진 스팩으로 클럽을 몸과 스윙에 맞도록 제작하였다 하더라도 원치 않는 사이즈의 그립, 원치 않는 재질의 그립을 끼우는 순간 모든 작업의 성과가 물거품이 되고말 정도로 중요한 요소입니다. (피팅이야기에서 그립에 대한 내용을 담았습니다. 참고하세요.)
그립을 교체할 때는 (1) 그립의 재질, (2) 그립의 사이즈, (3) 그립의 무게에 신경을 써야합니다. 그립의 재질은 '잡아보면 압니다'가 정답입니다. 그립이 어떤 소재로 만들어졌는지는 우리 일반 사용자는 그다지 알고싶지 않은 부분입니다. 설령 안다 하더라도 그게 뭔지 웬만해서는 정확히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대신 잡았을 때의 느낌은 누구나 알 수 있습니다. 편한감을 택해야합니다. 부드러운 감, 딱닥한 감, 반반인 그립 등등 여러 종류가 있습니다. 딱딱한 감이 샷의 느낌이 잘 전달되어 편한 경우는 딱딱한 그립으로 그 반대인 경우는 부드러운 그립으로 ... 자신에게 편한 그립으로 선택해야 합니다.
두번째는 그 중요한 사이즈입니다. 얇은 그립은 훅이나고 두꺼운 그립은 푸쉬가 난다는 얘기는 이제 그만해야합니다. 그립의 사이즈 역시 감에 대단히 중요한 부분입니다. 편안함을 느끼는 두께로 그립이 끼워졌을 때 정확성과 일관성이 증가하게 됩니다. 그 편한함은 두꺼운 그립에서 오기도 하고 얇은 그립에서 오기도 하며, 더더욱 고민스러운 점은 때로는 변한다는 것입니다. 그립을 교체할 때 같은 두께로 해주세요도 좋지만 그때그때 조금더 만족스러운 두께를 찾는 노력을 해야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그립의 무게는 클럽의 중량과 스윙웨이트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중요한 부분이라 하겠습니다. 얼마전까지만 하더라도 그립은 종류가 다르다 하더라도 같은 무게로 출시되었습니다. 그러나, 총중량에 대한 관심과 클럽 길이의 변화 그리고 스윙웨이트 등 골프 클럽의 스팩에 대한 변화가 시작되면서 그립의 무게는 특히 가벼운 그립에 대한 필요로 다양하게 출시되기 시작했습니다. 조심해야할 점은 그럽에도 불구하고 가벼운 그립은 제한된 모델에만 적용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부득이 가벼운 그립을 사용해야 하는 경우는 그러한 그립 재질이 내게 맞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그립이 무거우면, 헤드 감도 떨어지고 클럽만 무거워져서 치기 나쁘다는 의견이 많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립의 선택에서 첫번째도 편안함, 두번째도 편안함입니다. 재질에서 오는 편안함도 있고 사이즈에서 오는 편안함도 있습니다. 무게에서 오는 편안함은 '아는게 병'인 경우가 더 많습니다. 그립 무거워서 골프치기 힘든 경우가 지난 골프역사에 얼마나 많이 언급되었는지 찾아볼 수 있을런지요?
'너 그립 갈 줄 알아?' 글쎄요, 필자는 아직도 이러한 모든 요소에 맞추어 그립을 갈 수 있는지 확신이 서지는 않습니다. 산수 계산하는 것이 아니고 골퍼의 느낌에 맞추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필미켈슨의 그립 한 세트 교체하는데 무려 8시간이 걸린 것은 ... 그립 교체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일 것입니다. 게다가, 한박스 150개 그립의 무게를 일일이 측정하여 무게별로 구분하고 적절한 그립으로 교체해준다 하더라도... 다음 번에 똑같이 할 수 있는지 ... 스스로 물어보게 됩니다. 그때그때 기록하는 방법뿐이 없겠죠.
일반 골퍼에게 조언을 할 때, 싸게 그립 갈아주는 곳이 이러한 모든 것을 고려해서 갈아주는 곳이 아닌 경우가 많다는 것을 상기시켜줄 수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그립 교체 맡기면서 "좋은 그립으로 갈아주세요"라고 하지 말라고 합니다. 좋은 그립은 오직 골퍼 자신만이 찾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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