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아침부터 지인들이 우르르 방문을 했다. 점심약속을 했는데 너무 일찍 만나서 식당이 아직 오픈전이라고 시간을 보낼 곳 찾다가 왔단다. 요즘 그립에 대해 이것저것 생각중인데 마침 잘됐다 싶어 한가지 테스트를 해보자 했다. 위의 네 그립을 각각 같은 드라이버에 장착하고 시타를 해보았다. 비닐이 있는 그립은 새그립 아닌 그립은 경화된 그립으로 에어건으로 장착하여 테스트를 했다.
그립들은 모두 고무그립(?)인데 흰색이 섞인 그립은 MCC라고 하는 모델로 윗쪽은 실그립 아래는 고무그립으로 두가지 재질이 섞인 그립이다. 골프프라이드 관계자를 인터뷰했던 기사에서 이 MCC 한 가지만으로도 그립 시장에서 골프프라이드가 최고 마켓쉐어를 갖는다는 내용을 읽었던 기억이 있다. 30여년 전에는 오른쪽 검정 그립이 그립 시장의 80프로를 차지하고 있는 글도 읽었던 적이 있는데 이런 큰 변화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지 않을까 싶다.
두 그립의 가장 큰 차이는 텍스처라고 하는 그립 감이다. 실그립이 섞인 그립 (편의상 흰그립이라 하자) 그렇지 않은 그립 (편의상 고무그립) 보다 만지는 느낌이 더 많이 난다. 그래서 통상 고무그립을 부드러운 감촉이라하기도 한다. 그립의 텍스처를 만드는 방법은 소재도 있고 돌돌 말아 만든 것같은 착각을 주는 무늬도 있고 몇몇그립은 통상 음각으로 만드는 그립을 양각으로 만들어 울퉁불퉁한 느낌을 주게한 것도 있다. 이런 텍스처는 그립이 미끄러지지 않도록 하기도 하고 스윙 시 악력을 최적화 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함이기도 하다고 퓨어그립 설계를 맡았던 엔지니어를 통해 들었는데 결국 텍스처가 그립의 성능을 좌우하는 대단히 중요한 요소라는 것이다. (그립의 성능은 그립의 기능이 얼마나 잘 발휘되는가 인데 이게 뭘 뜻하는지는 지난번 내용에 대략적으로 적어봤으니 ....)
위 네가지 그립은 경화된 그립과 그렇지 않은 새그립. 텍스처가 적은 그립과 많은(?)그립으로 이를 토대로 확대해서 다양한 그립에 나름 적용해볼 수 있지 않나 싶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안타깝게도 사람마다 달랐다.
다섯명의 골퍼가 똑같이 시타를 했고 이들의 실력은 70타 초반부터 120타까지 다양했는데 실력에 상관없이 도대체 결론을 낼 수가 없을 정도로 중구난방의 결과가 나타났다.
결국 우리는 경화된 그립을 쓰나 새그립을 쓰나 그때그때 다르고 부드러운 그립을 쓰나 딱딱한 그립을 쓰나 아무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매우 받아들이기 힘든 내용을 접하게 되었다.
이럴거면 이런 글을 처음부터 쓰지도 않았지.
시타 후 전체 데이터를 하나하나 보면서 다시 이야기를 해봤더니
1. 우선 자신이 선호하지 않는 느낌의 그립으로 공을 쳤을 때는 타겟보다 우측으로 가는 경향이 생겼다.
- 이는 아마도 그립을 좀 더 견고히 쥐고자 함과
- 원래 하던 스윙을 제대로 하지 못함과
- 타겟을 향해 공을 치고자 컨트롤을 하는 과정에서 대부분 몸이 앞서나가는 현상이 생기고
- 페이스 앵글이 상대적으로 더 오픈되는게 원인이지 싶다
2. 흰그립이 싫고 고무그립이 좋다고 했는데 흰그립의 결과가 더 좋았던 경우가 다섯명 중 두명이었다
- 그립을 잡고 있는 느낌이 스윙 내내 지속되는 것이 어떤 원리에서인지 더 좋은 컨트롤과 빠른 헤드 스피드라는 결과로 이어진 듯 하다
- 이들 둘은 흰그립을 쓸 때 1~2mph 헤드 스피드가 더 좋아지고 대략 1.5도 정도 페이스 앵글이 덜 열려 맞았으며 결과적으로 스핀량도 400rpm 정도 적게 나오고 비거리는 격차가 커서 평균이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으나 약 8미터 정도 차이가 있었다
- 그럼에도 불구하도 둘 다 고무그립을 계속 쓰겠다고 우긴다
3. 경화된 그립은 안쓰는게 낫다
- 센터에 전시되어 있는 그립은 3개월 정도면 이걸 어떻게 쓰나 싶게 경화된다
- 그걸 장착해서 스윙을 하라했더니만 클럽을 놓칠것 같다는 사람도 있었다
- 결과는 그런데 그리 나쁘지 않았다
- 결과에 상관없이 아무도 경화된 그립을 그대로 쓰겠다는 사람이 없으니 결과 자체가 의미가 없다
- 안쓰겠다는데 결과가 무슨 상관인가
딱 봐도 그립 표면이 정말 천차만별 다양하다.
1. 이러한 텍스처가 자신에게 안맞을 경우에는 결과와 상관없이 불만족 그 자체다.
2. 그립이 미끄러우면 모든게 다 무의미해진다.
이 두가지를 생각해서 그립을 교체하는 시기와 그립 선택을 하면 좋을 것 같다.
그립 텍스처를 잘 모르겠을 때는 그립을 잡았을 때 그립이 더 많이 느껴지는 그립을 택하는게 좋겠다. 이는 사이즈와도 연관되는 부분이 겠으나 사이즈가 같다는 전제 하에 그립이 더 잘 느껴지는 쪽에서 스피드와 컨트롤이 모두 좋아지는걸 확인했으니 잘 모르겠을 때는 그립이 더 많이 느껴지는 쪽을 택하자.
다 똑같은 재질의 그립들이 저렇게 많은데 심지어 이게 다가 아니다. 그립 텍스처를 정했더라도 거기서 끝이 아니라는 얘기겠지.
이런저런 얘길 하다보니 식당 오픈 시간도 다 지나고 오후에 다시 오기로 하고들 나갔다. 그립 얘길 한참 하다보니 뭘 써야할지도 좀 정리가 되어가는 듯 하다. 텍스처를 열심히 쓴건 결국 그립의 스타일을 얘기한 것이다. 그 다음은 사이즈 그리고 무게 이렇게 세가지 정도로 정리하면 될 듯 하다.
오늘은 여기까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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