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많이 보는 그립사이즈 판인데 이거 소용없다 생각돼서 안쓴지가 한참이다

일전에 그립사이즈를 정하는 방법에 대하여 끄적끄적 쓴 적이 있었다.  간단히 줄여서 그 내용을 얘기하면 "잡아보고 지금 사용하는 그립을 기준으로 더 편한 사이즈를 택하면 된다" 였다.

 

오랜시간 그립사이즈는 아마 샤프트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 고민스러운 부분이 아니었다.  여러가지 이론이 있고 사이즈가 정해지면 그 사이즈를 만드는 방법도 표가 있어서 센터 작업대 위에 계산하기 귀찮아서 걸어두고 쓴 적도 있었다.

 

그립사이즈는 오른손잡이 기준으로 그립끝에서 2인치 부분의 외경을 측정하고 .9인치가 스탠다드 사이즈이다

 

1/64인치가 그립사이즈의 한 단위이다. 이는 정확하진 않지만 대부분의 그립테이프 기준으로 한번 테이핑을 하는 두께라 할 수 있다

 

너무 대충 얘길하니까 좀 실망스럽다는 반응이 많아서 조금 더 구체적으로 그립사이즈가 날아가는 공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설명하고자 한다. 

 

편하고 안편하고를 떠나서 가장 믿음이 가고 경험적으로 그렇다고 인정할 수 있는 부분은 "그립이 얇으면 공이 이쪽저쪽으로 날아다니는데 왼쪽으로 좀더 많이 갈 것 같으나 실제로는 오른쪽으로 더 많이 간다" 하는 것이다.  

 

선수들의 경우는 그립이 얇으면 왼쪽으로 휘어지는 공이 나오는게 일반적이나 나는 그립이 얇으면 더 꽉잡아서 공이 오른쪽으로 간다.  그런데 이게 비단 나만그런게 아니더라는 것이다.  많은 실력이 모자라는 우리 평범한 골퍼들은 얇으면 그냥 꽉 잡는다.

 

선수들에게 해당하는 이런 원리는 얇은 막대기를 두손으로 골프클럽처럼 잡고 손목을 좌우로 돌려보면 쉽게 이해가 간다.  아주 편하게 위아래 전후좌우로 막 움직인다.  따라서, 선수의 경우는 얇은 그립을 쓰게되면 클럽의 로테이션이 좀더 일어나게되고 페이스 앵글이 상대적으로 닫혀 맞게되는데 스윙궤도가 대부분 인투인으로 이루어지다보니 드로 구질이 나오게되는 것이다.  또다른 부수적인 부분은 헤드스피드가 빨라지고 탄도는 낮아지며 스핀량은 줄어들게된다.  

 

반대의 경우를 보자.  그립이 두껍다는 얘기는 손바닥 전체에 에프킬러 같은걸 양손으로 잡고 좌우로 돌려보면 이게 얇은 막대기보다 훨씬 움직임이 줄어드는 것을 알 수 있다.  공은 당연히 오른쪽으로 날아가는 경우가 늘 수 밖에 없다.

 

선수들의 경우는 헤드스피드가 상대적으로 느려지고 헤드는 좀더 오픈된 형태로 임팩트가 이루어지며 탄도가 높아지고 드로가 적게 걸리게된다. 스핀량은 늘고 대부분의 프로골퍼들은 이러한 샷메이킹을 좋아하다보니 얇은 그립보다 두꺼운 그립쪽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다만, 이제 시작하는 어린 골퍼나 시니어 골퍼의 경우는 본능적으로 얇은 그립 쪽을 선호하는데 위의 설명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탄도와 스핀량에 그립사이즈가 영향을 미치는 부분을 클럽피팅에서 상대적으로 새로운 용어인 스핀로프트라는 개념으로 설명을 한다.  그립이 두꺼워질수록 스핀로프트가 증가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는 다이나믹로프트와 어택앵글의 변화가 초래하는 부분이며 결국은 클럽 로테이션에 의한 영향이라 할 수 있다. 

 

좀 명쾌하게 클럽피팅 전문가 다운 그립사이즈 설명이 되었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그립이 불편해도 공이 날아가는 모양과 스핀량 등을 측정해서 얇거나 두꺼운 그립을 쓸 용의가 있는가?

 

없다면 잡아보고 편한 사이즈를 선택하고 악력의 변화에 좀 더 신경을 쓰되 그립 사이즈는 장갑사이즈처럼 고정되는 것이 아님을 알고 그립 교체시마다 조금씩 변화를 가져가는 것이 절대 나쁘지 않고 심지어 클럽별로 그립 사이즈가 다르다고 해서 불리할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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