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우라
스트라디바리우스 … 미우라 아이언과 가장 자주 비교되는 명품이 아마도 스트라디바리우스인 듯 하다. 누구도 명품의 소리를 구분해내지 못한다는 실험결과가 있긴 하지만 차원이 다른 감동을 주는 악기로 그 어떤 연주가도 거부할 수 없는 ‘스트라디바리우스’이다. 미우라 클럽으로 플레이 한 것임을 그 누구도 구분해 낼 재간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미우라 클럽을 손에 쥐어준다할 때 이를 거부할 수 있는 골퍼 또한 아무도 없을 듯 하다.
미우라는 최근의 ‘뛰어난 성능’의 클럽들과는 확연히 구분된다. 피칭웨지로 친 샷이 예전의 8번 아이언 만큼 날아가는 클럽 또한 당연히 아니다. 그러나, 미우라는 미우라만의 기술과 아름다움이 있다. 미우라 중 전세계적으로 가장 높은 인기를 누리는 모델은 CB-501이다. 2011 플레이어스챔피언쉽에서 기념비적인 우승을 차지할 때 최경주 선수의 가방에는 미우라 CB-501이 가득 차 있었다. 이 아이언이 그토록 높은 인기를 얻게된 것은 최경주 선수가 다른 유명 골퍼들처럼 회사로부터 클럽을 받아 사용하지 않고 자신이 직접 돈을 주고 구입했다는 이유만은 아니다. 이는 오히려 최경주 선수가 미우라 클럽을 현존하는 최고의 클럽이라 믿고 플레이했음에 기인할 것이다.
나의 가방에는 수년째 미우라 아이언이 들어 있다. 통상 직업상의 이유로 일년에 두세번 아이언세트를 교체한다. 새로운 제품이 나올때마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여 한가지를 선택하여 아이언을 만든다. 그리고 또 새로운 제품이 나오면 다시 만든다. 모든 클럽을 다 써볼 수는 없지만 그래도 최대한 취급하는 제품은 써보고 권하자는 생각 때문이다. 하지만 …. 이 미우라를 가방에서 빼 낼 재간이 없다. 올해는 눈 딱 감고 없애야하는데 … 하는 생각을 벌써 몇 년째 해오고 있다.
과연 어떤점들이 미우라를 다른 클럽들과 구분 짓고 최고의 자리에 올려놓은 것일까? 나의 짧은 지식으로 과학을 논하거나 클럽의 장점을 나열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듯 하다. 미우라를 방문했을 때 들은 얘기 중엔 이런 얘기가 있었다. 토요타에서 렉서스와 함께 아이언을 판매하고자 미우라에 디자인과 제작을 의뢰한 적이 있다한다. 토요타는 최고의 자동차를 만드는 첨단 과학기술을 근거로 하여 수백장의 아이언 디자인을 만들어 보여주고자 가져왔었단다. 미우라에서 한장한장을 보면서 두장인가 세장의 설계도를 추렸다고 했다. 아마도, 그 설계도면은 헤드의 모양과 함께 각도와 여러가지 부분별 수치가 빼곡히 적혀져 있었을 것이다. 미우라는 이를 읽지도 않고 한장한장 넘기기만 했다고 했다. 그리고는 추려낸 디자인의 헤드를 손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한 가지 모델을 만드는데 4~5년이 걸린다고 했다. 손으로만 ‘대강’ 만들어서 오랜시간 시행착오를 거쳐서 한가지 모델을 출시하나보다 …. 라고 얘기했다가 완전 무식한 놈 취급을 당할뻔했다. 사실 아직도 나는 어떤 방식이 더 뛰어난지 판단하기 어렵다. 어정쩡한 사람이라면 과학기술에 의존해야겠고 아마도 세상의 거의 모든 사람이 이에 해당할 것이다. 미우라는 … 아마도 다른 세상에 살고 있나보다. 나는 다행히도 결과물을 써보고 이를 나름대로 판단할 수 있는 지식과 경험은 아주 약간 허락받아 가지고 있다. 식탁만한 판 위에 커다란 종이가 놓여있고 거미줄로 만든 것처럼 그려진 클럽헤드 곳곳에 선과 숫자가 가득한 설계도면을 근거로 컴퓨터가 만들어낸 아이언은 매년 바꾸는데 아무 망설임이 없었다. 그러나, 혼자서 외로이 앉아 두들겨 만들어낸 미우라는 가방에서 빼낼 수가 없다.
내가 사용하는 물건들은 수백 수천 가지이다. 매일 타고 다니고 애지중지 하는 자동차. 그보다 더 많이 사용하는 전철. 연필과 시계. CD 플레이어 등등. 모든 것들이 도대체 누가 만든건지 알 길이 없다. 미우라는 미우라가 만든 것이다. 내가 쓰는 물건을 최고의 장인이 홀로 만들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가방에서 함부로 빼버리기엔 틀린 듯 하다.
미우라는 최고의 재료를 선택하여 일관성을 중시하여 제작된다. 그러나, 부드러움을 느끼기에도 충분한 소재로 제작된다. 그리고 헤드의 토우부터 힐까지 단조과정을 통해 제작된다. 특정부분만 단조로 만들어서 forged라고 새기는 클럽들과는 다르다. 절대 대량생산과 타협하지 않는다.
미우라는 모든 골퍼를 위해 만들어지지 않는다. ‘나’를 위해 만들어진다. ‘나’는 반드시 골프에 대한 남다른 열정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나’는 엄청나게 볼을 잘 칠 필요는 없다. ‘나’는 선수이거나 싱글골퍼일 필요도 없다. 대신 ‘나’는 골프를 우습게 보면 안된다. ‘나’는 미스샷이 똑바로 날아가 주기를 바라는 골퍼여서는 안된다. ‘나’는 8번 아이언을 만들어 8 대신 P를 새겨 넣은 클럽을 손에 들고 뻐기듯 거리가 많이 늘었다고 얘기하는 골퍼여서는 안된다. ‘나’는 그린을 향해 서서 남들보다 한두클럽 더 적은 숫자가 써 있는 클럽을 뽑아 들고 클럽의 번호를 안보여주는 골퍼여서도 안된다. ‘나’한테 중요한 숫자는 동반자들 앞에서 캐디에게 주문하는 클럽의 번호가 아닌 스코어카드에 적히는 숫자여야만 한다. 미우라는 그런 ‘나’를 위해 만들어진 클럽이다. 제대로 된 샷에 보다 높은 일관성과 보다 만족스런 감을 선사하는 멋진 동반자가 바로 미우라다.
미우라가 국내에 유통되는 과정을 정확히는 알지 못하지만 안타까움을 지울 수 없는 몇가지 이유는 알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미우라에 미우라라는 이름이 새겨져 있지 않다는 것이다. 대신 made in Japan이 새겨져 있다. 우리나라에 유통되는 미우라에만 해당되는 것이다. 미우라 본사에서 받는 아이언에는 어떠한 샤프트도 들어가지 않는다. 내가 사용할 샤프트가 정해지면 그에 맞도록 갈아내어 헤드를 완성한다. 그러나, 우리가 흔히 국내에서 주문하는 미우라 헤드는 모든 샤프트가 들어가도록 파놓고 바로 끼워주기도 한다. 이 정도만 … 얘기하고 그치는게 좋을 듯 하다.
나의 가방에는 미우라에서 만든 머슬백, 반머슬백 그리고 캐비티 아이언 세 가지 모델의 혼합 세트가 들어있다. 이를 위하여 6개월 동안 아이언 샤프트를 고르고 만들었다. 헤드에 샤프트를 끼우면서도 다시 만들 수 없는 아이언이기에 만감이 교차했던 기억이 있다.
이제, ‘나’의 미우라와 이별을 해도 좋을 듯하다. 예찬을 이정도 했음 … 예우를 할만큼 한 거 맞나? 그럼에도 … 마음은 허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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