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럽피팅을 하면서 지금까지 만든 클럽의 수는 ...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가 되었다. 일을 하면서 기억에 남는 골퍼, 클럽 그리고 피팅을 가끔은 적어두는게 점점 기억력이 떨어져서 일상생활이 불편하다 느껴지는 지금 해야할 일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이유가 무엇인지는 정확히 따지기 싫으나 아무튼 좋은 기억보다는 안좋은 기억이 더 많아지고 특이해서 기억에 남는게 더 많아지니 ... 매너리즘에 빠진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클럽피팅을 한 기억을 떠올리면 대부분 먼저 떠오르는 상황은 ... '내가 지금부터 볼을 한 댓 개 정도 쳐볼테니 내가 뭐가 필요한지 니가 맞춰보고 하나 골라줘봐!' 하는 상황이다. 기가 막혀도 이것저것 분위기 봐가며 물어보고 한시간에 걸쳐 추천해주면 '이걸로 치면 똑바로 가고 한 이삼십 미터는 더가냐?' 이 정도면 다행이다. '뭐 이리 비싸? 그냥 새거 하나 사는게 낫겠다. 프로도 아닌데 뭐 아무거나 치면되지!' 하고 나가 버리기도 한다. 기본적으로 나는 상담료를 청구하니까 헛고생은 아니지만 허탈한 고생이라 뇌리에 콕 박혀버린다.
가장 기억에 남는 피팅은,
대통령과 라운딩이 잡혀서 피팅을 하러온 손님이다!!!
비서도 같이 왔다 ... ㅡㅡ;; 기사도 왔다!! 비서가 하는 얘기를 듣고는 모두가 긴장. 대통령이라는 단어 하나에 완전 초긴장이 되는건 ... 누구탓인걸까? 아무튼, 이것저것 짧게 대화를 하다가 하나를 고르자고 했다. 멀리칠까? 아니면 스코어를 줄어볼까 ...
우린 일단 멀리치기로 했다. 옆에 옆에 홀로 날아가는 한이 있어도 좌우지간 멀리가고 볼 일이다. 마음 속으로는 무게를 줄이고 '초고반발' 페이스에 ... 아이언은 각을 세우자 ... 등등을 그려보았다. 그런데, 이미 뭐 정말 한거리 한다 하는 엄청나다는 드라이버를 쓰고 계신다... ㅡㅡ;; 테스트를 시작해보니 220미터는 친다시던 분이 테스트에서는 180야드를 치고 계신다 ... 뭐 이런 일도 한두번은 아니니까 괜찮다 생각하면서 피팅을 진행했다.
20야드만 늘어서 200야드를 넘기기만 해도 다행이다 ... 를 얼마나 맘속으로 외쳤는지 모른다. 정말 최고로 정성을 기울여 다 해봤지만 ... 15야드가 늘었을 뿐이다. 아직도 200야드를 때렸다 못때렸다 하신다.
잠시 쉬기로 하고 장갑을 벗은 손에 못이 박힌게 보였다. 이게 최근 연습의 결과일까 아니면 손힘은 기본적으로 좋으신건가 ... 고민하는 중에, 내게 넌 어떤 클럽을 쓰냐고 물어보신다 ... 내클럽을 빼들고는 휘둘러 보시더니 공을 치는데 무려 40야드가 더 나가는게 화면에 나타났다. 헤드스피드도 여태 본 적이 없는 스피드가 나오고 ...
'일반적'인 클럽과 샤프트로 다시 시작했다. 정말 250야드를 계속 때려내신다. 결국은 12도 헤드와 60g 대 SR 플렉스로 310g이 넘는 최근에 써본적 없는 드라이버를 구성했고 70야드가 늘어난 결과를 가지고 끝을 맺게 되었다.
라운딩은 어찌 되었는지 모른다. 어느 대통령과 라운딩을 한 건지도 모르겠다. 진짜겠지....
시합 하루전에 피팅을 한 경우도 있고, PGA 투어 선수와 피팅을 한 적도 있고, 시합 중에도 한 적이 있고 ... 여러가지 급박한 상황에서 피팅을 한 경험은 제법 쌓여간다. 그런데 ... 이리 걱정스럽고 애절한 피팅을 한 기억은 이전에도 이후에도 없다.
대통령과의 골프 .... 난 ... 만약 오거스타나 패블비치, 올드코스 등등 몇 곳 찍어둔 곳에서 라운딩을 할 기회가 생긴다면 ... 아마도 그분처럼 애절한 마음이 들 것 같았다.
아마도, 수개월 전부터 한세트 클럽을 새로 구성하고 닦고 다시 만들고를 되풀이할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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