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겨울이 가고 날이 풀리면 골프업계는 긴 겨울잠에서 깨어나 활기를 찾아가기 시작한다. 그러나, 내가 운영하는 피팅샵은 겨울잠을 자는 기간이 좀 더 긴 편인듯하다. 시즌이 끝나면 프로선수들과 프로선수가 되고자 하는 골퍼들은 다음 시즌을 위해 클럽을 손보고 필요하면 교체를 한다. 그 때문에 시즌이 끝나고 전지훈련을 떠나기 전까지 나는 다음해 출시될 신제품을 미리 들여오고 나름대로 테스트를 하며 선수들이 새로이 제시하는 목표에 맞는 클럽을 추천해주고 이를 만들어줄 수 있도록 노력한다. 그리고, 이들이 훈련을 떠나면 되도록 많은 사람들을 직접 만나 클럽의 변화를 직접 듣고자 찾아가 본다. 이때가 가장 보람을 느끼기도 하는 때이지만 가장 좌절감을 맞보는 때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제 적응기간은 시작되었을 뿐, 결과를 논하기에는 이르다. 이들이 돌아오는 늦겨울에 다시 한번 더 기회가 있으니 …
아마추어 골퍼는 시즌이 시작되고 필드를 눈앞에 두었을 때 클럽을 점검하고 이를 교체하고자 한다. 요즘은 인터넷을 통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제품을 신속하게 구할 수 있기에 초치기를 하는 골퍼들도 큰 불편을 느끼지 않고 오히려 이런 초치기에 익속해져 있다. 그러나, 나를 찾아오는 골퍼들은 다르다. 초치기는 똑같으나 절실하고 기대감은 백만배 더 크다. 이럴때면 난 마치 점쟁이에 외과의사가 된 기분이다. 얼굴만 보고 아픈데를 찾아야하고 완벽한 수술을 해야하니 말이다. 그게 되면 내가 미아리에 자릴깔지 …
겨우 여나무개 볼을 치고는 더 쳐야하냐고 물어보면 … 이젠 실망감에 좌절감까지 더해진다. 그래도 꿋꿋하게 더 쳐달라 요구하거나 짜증을 내는 사람에겐 당신에겐 이 클럽, 이샤프트가 딱이라고 얘기해야 한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니 … 그러나, 아직까지 그런 사람에게 클럽을 권하고 판매한 적은 없으니 나도 참 … 내 자신이 어디서부터 손을 봐야하는 사람인지 알 길이 없다.
잘된 클럽피팅이 무엇인가 …
고민되는 질문이다. 드라이버 거리를 50야드 늘려줬다고 해보자. 엄청난 미스샷인 직선타를 치는 골퍼가 있다면 50야드 거리 증가는 정말 기쁜 일이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늘 휘어지는 샷과의 싸움이다. 프로선수도 예외일 수는 없다. 다만, 프로선수는 휘어지는 방향을 알고 있고 의도한 대로 휘어지도록 하는 반면, 아마추어는 한번 왼쪽으로 휘면 다음은 오른쪽으로 휘어지게 죽어라 노력한다. 볼이 휘어진다면, 50야드 거리증가는 드라이버 샷의 경우는 대부분 OB라는 결과로 이어져야 정상이다. 드라이버의 페어웨이 적중률이 TV에 나오는 유명선수들의 경우도 100%가 아니고 반만 떨궈도 우승을 할 수도 있다. 아마추어는 거의 90% 페어웨이를 찾아가도 보통이라고 하니 … 누가 잘못된 것인지 알 길이 없다. 어쨋거나 아마추어에게 엄청난 거리의 증가는 잘된 피팅일 경우가 반도 안된다.
정확성의 증가는 상당부분 거리의 손실을 가져온다. 정확성이라는 것은 의도한 대로 가는 것을 말하는 거지 이유도 모른 채 목표지점에 가는 것은 정확성이 증가했다고 보기에는 약간의 억지가 포함되었다 할 것이다. 굿미스 아닐까? 정확성만을 중시하는 것도 역시 좋은 결과를 낳는다 장담하기 어렵다.
내게 클럽피팅을 가르쳐 준 사람 중에 나이가 70에 가까운 클럽피터가 있었다. 50년을 PGA에서 일을 했다고 한다. 자신이 추구하는 올바른 클럽피팅은 기억에 남는 샷을 최소화 하는 것이란다. 완전 동감이다. 지난 20여년 간 드라이버 샷을 몇 번이나 했을까? 백만번? 그 중에 기억나는 것은 Par4에서 한번에 그린에 올린거, 무식하게 두 홀을 건너서 떨어진 볼, 잘 맞은 거 같은데 동반자 보다 100야드 덜 나가서 완전 기죽었던거 … 대여섯 개 정도 기억나고 그나마도 어디서 언제 쳤던 샷인지는 기억도 가물가물이다. 어디서 까지는 어찌 해보는데 언제는 정말 모르겠다. 이븐파, 언더파를 치고 있었을 때도 있었는데 왜 그때 그리 잘쳤던 샷들은 기억에 남지 않을까? 스크린 골프에서 1번홀부터 18번홀까지 뭐 다른 홀이 별로 없는 것과 비슷할 것이다. 드라이버치고 다음 샷하고 그린에서 퍼팅하고 … 파 … 또 드라이버치고 다음 샷하고 퍼팅하고 … 파 … 기억에 남을 턱이 없다. 그걸 100홀 연속으로 한다고 그 중 하나라도 기억에 남을까?
기억에 남지 않는 샷을 만들어 주는 것 …. 분명 훌륭한 피팅이다.
아마추어 골퍼들이 계속 왔다갔다 하는 지금 … 과연 그것이 잘된 피팅일지 …. 이젠 그도 헷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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