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프트의 재사용이 가능할까요?

'재사용'을 어디까지 보느냐에 따라 다르지만, 같은 결과와 같은 느낌을 원하여 다시 살려서 쓰고픈 마음이라 가정하고 일반적인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아닙니다'입니다.

 

무슨 이유에선지 특정클럽으로 샷을 하면 늘 자신 있고 결과도 좋았던 클럽이 우리모두에게 한 두개 정도는 있을 것입니다.  많은 분들이 그 클럽의 샤프트가 자신에게 잘 맞기에 그렇다고 믿고 계신듯 합니다. 결과가 좋았던 클럽은 분명히 내게 맞는 클럽일 확률이 높습니다.  그러나, ‘결과가좋다’는 것과 ‘내게 맞는 클럽’이 반드시 필연적 인과관계일까요?  그 클럽의 샤프트만 있다면 헤드가 바뀌더라도 같은 샷을 할 수 있을까요?

 

이리도 긴 서두를 주절주절 늘어놓은 것은 클럽을 만들며 너무도 자주 듣는 한 가지 질문에 대한 설명을 하고자 함입니다.

 

“이 클럽은 너무너무 잘 맞는 클럽인데 헤드를 못쓰게 되었습니다.  다른 클럽에서 샤프트를 빼고 이 클럽 샤프트를 장착해 주세요.  그러면 예전처럼 잘 칠 수 있겠죠?”  이 질문을 읽고 괜히 익숙한 느낌이 들지 않으세요?  또, 샤프트를 교체하는 클럽피팅 후에 “이 샤프트를 나중에 내가 다른 드라이버를 사면 거기에다 다시 사용할 수 있겠죠?” 이 역시 많은 분들이 익숙할 듯 합니다.

 

다시한번 말씀드리면, “아닙니다” 입니다.

 

우선 감(Feel)으로 설명을 드리면, 샷의 결과와 느낌은 샤프트만의 것이 절대 아닙니다.  헤드와 샤프트 중 하나를 건드려서 골퍼의 샷을 엉망으로 만들고 싶다면 당연히 헤드를 건드려야 합니다.  또한 그립을 엉뚱한 것으로 끼워주면 전혀 다른 감을 느끼게 됩니다.  샤프트는 골프클럽의 한 부분일 뿐이며 단지 한부분이 같다고 하여 다른 두 클럽이 같을 수는 없습니다.

 

여기까지 설명을 드려도 똑같은 샤프트로 만들면 같은 스팩이 되지 않겠냐 하며 그래도 바꿔달라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엔 숫자로 설명을 드립니다. 

 

아이언이나 드라이버 모두 샤프트를 장착하는 헤드부분의 홈(헤드호젤)이 샤프트와 맞아야 합니다.  적어도 헤드에 끼우는 구멍이 샤프트 굵기 보다는 커야겠지요?  샤프트 굵기보다 작은 구멍을 가진 헤드에는 끼울 수가 없습니다. 

 

헤드호젤의 내경과 샤프트의 외경이 맞는다 하더라도 길이와 강도의 문제가 있습니다.  클럽의 길이는 샤프트의 길이로 조정하긴 하지만 샤프트를 헤드에 장착하여 측정합니다.  샤프트가 땅에까지 완전히 닿는 헤드 (그런 헤드는 없지만) 끼리 교체한다면 같은 길이가 되겠지만 샤프트는 불행히도 헤드로 인하여 공중에 떠 있습니다.  얼만큼 떠 있는지는 전적으로 헤드에 달려있습니다.  따라서, 같은 샤프트를 사용하고플 때 두 클럽의 길이는 모두 헤드가 결정합니다.  같은 회사의 같은 모델의 같은 번호 헤드도 헤드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습니다.  따라서 다른 헤드로 바꾸면 길이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세 가지 형식의 호젤모양이 있습니다.  우연히 같은 형식의 모양이라 하더라도 ‘지면서부터 샤프트가 최종적으로 닿는 호젤바닥까지의 높이(TGL)’가 반드시 같지는 않습니다.  같은 형식을 택한 다른 디자인의 헤드라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완전히 같은 모델이라 하더라도 제작과정에서 오차는 생기기 마련입니다. 이는 클럽 길이와 강도에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클럽의 강도는 샤프트의 강도를 말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측정하는 클럽의 강도에는 헤드도 한몫을 하고 있습니다.  헤드의 무게가 첫번째이고 샤프트를 헤드에 얼마나 깊게 장착하는가가 두번째입니다.  우연히 두 헤드가 같은 무게라 가정하고 타이틀리스트 드라이버를 예로 들면 예전 헤드는 바닥에서 샤프트 끝이 보이게 깊게 장착되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최신 타이틀리스트 드라이버 (909시리즈)는 그렇지 않습니다.  그럼 예전 드라이버에서 샤프트를 빼서 새로운 드라이버에 장착하면, 또는 그 반대로 한다면 두 클럽은 강도와 길이가 전혀 다른 클럽이 됩니다!

 

아이언의 경우도 얕게 들어가는 것부터 깊게 들어가는 것까지 불과 1cm정도의 차이라 하더라도 강도는 약 3~5cpm정도 차이를 보이게 됩니다. 이는 우리에게 익숙한 개념으로 바꾸면 R이 S는 아니지만 R/S정도로 변하게 되는 것입니다. 

 

골퍼가 선호하는 클럽에 의한 샷의 결과와 느낌(Feel)은 매우 중요한 클럽피팅의 구성요소입니다.  이에 집착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합니다.  그러나, 과도한 집착은 매우 불행한 결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샤프트의 재사용에 따른 변화는 부분적으로 예측가능합니다.  전문피터와 먼저 상의하시고 재사용 시 변화를 확인 후 결정하세요.

 

간혹 아이언 샤프트를 교체하면서 기존에 사용하던 샤프트를 중고시장에서 매매하는 경우를 봅니다.  이는 … 해석이 어려운 매매입니다. 

 

이쯤에서 마지막 질문이 나옵니다.  "샤프트가 짧아지면 연장하면 되지 않나요?” 다음 얘기는 샤프트 연장입니다.  보다 즐거운 골프를 위하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