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부터 얘기하면 거리가 많이 나는 아이언은 치기 쉬운 아이언이 아니고 팔기 쉬운 아이언이며 골프를 잘 치라고 만들고 있는 아이언이 아니고 골프를 포기하지 말라고 만들고 있음을 한번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여러가지 이유로 '장타'는 모든 골퍼의 소망이며 반대로 거리가 나지 않는 것은 최고의 괴로움 중 하나이다. 드라이버는 물론이고 '몇 번 아이언 친거야?' 라는 질문이 라운딩 중 가장 흔히 주고받는 질문인 점을 생각하면 아이언의 거리 또한 대단히 '중요한' 부분이다. 이번에는 아이언의 '거리'와 '거리가 많이 나는' 아이언에 대하여 몇 가지를 나누고자 한다.
일정하게 스윙을 한다는 가정하에 아이언의 거리는 대단히 많은 부분 로프트에 의하여 좌우된다. 따라서 멀리치고자 한다면 로프트가 적은 클럽으로 치면 된다. 문제는 로프트가 적을수록 점점 치기 어려워지는 것인데 .....
지난 수십년간 아이언의 로프트는 진화에 진화를 거듭해 왔다.
클럽 | 30~50년대 | 80년대후반 | 현재 |
1 iron | 20 | 16 | N/A |
2 iron | 22 | 19 | N/A |
3 iron | 26 | 22 | 19-23 |
4 iron | 30 | 25 | 21-25 |
5 iron | 34 | 28 | 23-27 |
6 iron | 38 | 32 | 27-31 |
7 iron | 42 | 36 | 31-35 |
8 iron | 46 | 40 | 35-39 |
9 iron | 50 | 44 | 39-43 |
PW | N/A | 48 | 43-47 |
아마추어 골퍼들과 얘기를 나눌 때는 아이언은 번호로 그 외의 클럽은 각각의 로프트로 얘기하며 프로골퍼와 얘길 나눌 때는 모든 클럽을 로프트로 얘기한다. 이를테면, 웨지는 52도 및 56도 웨지로 얘기하고 아이언은 6번 아이언이라고 얘기하는 것이 아마추어골퍼와의 대화라면, 프로와는 아이언도 32도 아이언 또는 28도 아이언이라 얘기한다는 뜻이다. 그만큼 골프클럽의 로프트는 특정 거리와 상당히 높은 연관성이 있기 때문이다. 거리가 많이 나는 아이언이라 하면, 로프트가 적은, 즉 서있는 아이언이라는 뜻이다. 상당히 많은 아마추어 골퍼들이 거기서 거기인 아이언 스윙스피드를 지녔다고 가정할 때 누구는 150에서 6번을 치고 누구는 8번을 치는 가장 큰 이유는 각자 클럽의 로프트가 다르기 때문이다.
거리가 많이 나는 아이언은 사실 로프트를 기준으로 얘기할 때는 ... 글쎄 ... 쉽지 않은 얘기다. 과연 그런 아이언이 있을까 .... 물론 헤드 디자인과 샤프트의 선택에 따라 탄도 및 볼스피트, 스핀량 등이 변화하여 거리 차이가 날 수도 있지만 ...
그럼, 이렇게 강한 로프트의 클럽을 사용할 때 '거리가 많이 나는' 댓가로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생각해 보자.
우선은, 주로 쓰는 5번 아이언부터 PW까지가 20도 차이가 나는 클럽과 24도 차이가 나는 클럽을 비교해 보면, 각 클럽 간 로프트 차이가 3도에서 5도까지로 벌어지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클럽을 바꿀 때마다 10m 정도 차이가 나던 것이 15m까지도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골퍼는 골프코스를 15m 단위로 끊어서 봐야할 것이다. 이는 10m 단위로 끊는 것보다 당연히 부정확하고 더 많이 기술이 필요할 것임은 너무나 뻔해진다. 그린 위에서 5m는 어마어마한 거리 차이다.
두번째는, 당연히 로프트가 낮은 클럽일수록 치기 어렵다는 것이다. 예전에 5번 아이언은 미들아이언으로 그냥 평범하게 치는 아이언이었지만 이젠 롱아이언이 되어버렸다. 세클럽씩 끊어서 롱, 미들, 숏아이언으로 구분할 때 현재 아이언은 어느쪽이 없어졌는지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아무튼 셋 씩 끊으면 그룹 하나가 부족해진다.
그리고, 탄도 걱정을 안 할 수가 없다. 최근의 골프볼 광고를 보면 고탄도 저스핀이 '거리'의 필수요소이며 자신들의 볼을 사용하면 비거리가 증가한다고 얘길한다. 그럼 일단 고탄도가 필요하다. 그런데 같은 클럽의 로프트가 해를 거듭할수록 점점 낮아져 고탄도가 아닌 저탄도 클럽으로 변해가고 있다. 많은 골퍼들이 거리의 증가를 위하여 저스핀 골프볼을 사용하고 있다. 이러한 저스핀 골프볼은 일반탄도 이상으로 볼을 출발시켜야 그 효과를 볼 수 있다. 골프볼의 진화를 이용하여 예전의 높은 로프트 클럽으로 볼을 쳐도 같은 스피드로 볼을 친다면 비거리는 자연스럽게 증가해 있을터인데 ...
로프트 기준으로 아이언을 표기한다면 우리는 점점 거리가 많이 나는 클럽으로 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점점 치기 어려운 클럽으로 바꾸고 있을 지도 모를 일이다. 22도 로프트의 38.75인치 5번 아이언을 들고 파3 티박스에 서 있다면 .... 나는 지금 3번 아이언에서 3자를 지우고 5자를 써 넣은 클럽을 들고 서 있는 것과 다를게 하나도 없다. 그 댓가로 이보다 짧은 거리를 6,7,8,9 고작 4개의 아이언과 나머지 웨지들로 다 쳐야한다. 다른 사람은 나보다 클럽을 두개 더 가지고 있는데 ...
바로 위의 경우가 괜찮은 상황은 딱 두가지다. 일단은 남들에게 보여지는 거리가 중요한 상황이고 다른 하나는 등산으로 따지면 히말라야는 고사하고 한라산도 포기고 남산 오르기가 평생 목표인 것처럼 골프의 목표가 엄청나게 낮은 상황일 것이다.
다시한번 얘기하지만 거리가 많이 나는 아이언은 치기 쉬운 아이언이 아니고 팔기 쉬운 아이언이며 골프를 잘 치라고 만들고 있는 아이언이 아니고 골프를 포기하지 말라고 만들고 있음을 한번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상술에 놀아나도 괜찮을 정도로 목표가 낮다면 모를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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